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봄날의 기억, 영화 〈건축학개론〉
첫사랑. 누구에게나 있었지만, 누구에게도 쉽지 않았던 기억입니다. 영화 〈건축학개론〉은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그 ‘첫사랑’의 감정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. 2012년 개봉 이후 큰 사랑을 받았던 이 영화는 단순한 멜로가 아닌, 추억과 그리움,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마주하게 되는 감정의 복합체를 그려내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.
이 영화는 특히 20대 초반의 순수했던 사랑을 기억하게 만드는 동시에,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가 놓쳐버린 것들을 다시 되짚어보게 만듭니다. 서연과 승민, 두 인물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지는 서사는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. 그리고 영화 속 제주도의 풍경과 잔잔한 음악은 이 감정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.
줄거리
:건축학개론, 두 사람의 시간 위에 집을 짓다
건축가로 성장한 승민(엄태웅)은 어느 날 뜻밖의 의뢰를 받습니다. 바로 대학 시절 첫사랑이었던 서연(한가인)이 집을 지어달라는 것이죠.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어색하고 낯설지만, 조금씩 과거를 떠올리며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마주하게 됩니다.
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면서 전개됩니다. 대학 신입생 시절, 서툴고 어색했지만 진심이었던 스무 살 승민(이제훈)과 당당하고 매력적이었던 서연(수지)의 첫 만남. 건축학 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나 함께 과제를 하면서 점점 가까워진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를 좋아하게 되지만, 오해와 타이밍의 어긋남으로 인해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합니다.
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.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마음,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의 기억 속에서 승민은 자신이 짓고 있는 집뿐 아니라, 마음속에 남아 있던 과거의 감정과도 마주하게 됩니다.
느낀점
: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감정
〈건축학개론〉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는 단순히 감성적인 분위기 때문만은 아닙니다.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첫사랑의 감정,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마음을 섬세하게 풀어냈기 때문입니다. 특히 ‘타이밍’이라는 요소는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 서로를 좋아하지만 그 감정을 전달하는 시점이 조금만 어긋나도, 사랑은 쉽게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.
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‘말하지 못했던 말들’입니다. 대학 시절의 승민은 서연에게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했고, 서연 또한 승민에게 솔직하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. 어른이 된 후 그 감정은 여전히 그들의 사이에 남아있지만, 이제는 되돌릴 수 없기에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.
특히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, 과거의 승민과 서연을 연기한 이제훈과 수지의 풋풋한 감정 표현은 그 자체로도 한 편의 추억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. 현재를 연기한 엄태웅과 한가인도 절제된 감정선으로 성숙한 두 사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.
총평
:그때 그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든다
〈건축학개론〉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있는 첫사랑을 꺼내어,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.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 아름답고,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소중한 감정을 말없이 전해줍니다.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며, 그 시절 우리가 놓쳤던 마음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줍니다.
영화의 배경인 제주도, 그리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따뜻한 분위기와 음악은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. ‘기억은 집을 짓듯이 마음속에 쌓인다’는 주제처럼, 이 영화는 우리 안에 조용히 스며들어 작은 집 한 채를 짓습니다.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고 따뜻한, 그런 감정의 집 말이죠.
지나간 사랑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, 그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이 영화는 조용히 이야기합니다.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이야말로 〈건축학개론〉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.
: 사랑은 결국, 그리움으로 완성된다
〈건축학개론〉은 사랑의 기쁨만이 아닌,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감정들을 함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.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, 미처 다가서지 못했던 순간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곱씹게 합니다.
사랑은 타이밍이고, 감정은 기억 속에 스며 남습니다.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, 다시 마주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감정이 있습니다.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, 한 번쯤은 문득 떠오르는 어떤 얼굴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. 그 기억이 아프기보다 따뜻하게 느껴진다면, 그것이 바로 〈건축학개론〉이 주는 선물일 것입니다.